부산근현대역사관 이야기와 원도심, 건축, 역사
부산에서 오래 살다 보면 오래된 건물을 보면서도 그 안에 어떤 시간이 쌓여 있는지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 부산에서 60년 넘게 살아오면서 원도심을 수없이 보고 지냈기 때문에 남포동과 광복동, 대청동 일대도 낯선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부산의 역사를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예전에는 그냥 오래된 건물이라고 생각했던 곳에도 부산이 지나온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부산근현대역사관입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이 흥미로운 이유는 전시된 자료 때문만은 아닙니다. 역사관이 자리한 건물과 공간 자체에도 부산 근현대사의 여러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어떤 곳이고, 이곳의 건축과 공간에는 어떤 부산의 역사가 담겨 있을까요?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어떤 곳일까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부산 중구 대청동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부산의 근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이지만, 이곳을 이해하려면 먼저 건물이 지나온 시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역사관은 크게 본관과 별관으로 이어집니다. 본관으로 사용되는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건물로 세워졌습니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일제의 식민지 경제정책과 연결된 기관이었기 때문에 이 건물의 시작 역시 식민지 시기의 역사와 떼어놓고 보기 어렵습니다.
광복 이후에도 건물의 용도는 여러 차례 달라졌습니다. 미군 관련 기관이 사용한 시기를 거쳐 미국문화원으로 활용됐고, 이후 부산근대역사관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다시 정비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는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별관 역시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 공간입니다.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을 활용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이력을 가진 두 건축물이 오늘날 하나의 역사문화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알고 나면 역사관이라는 이름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역사를 전시하는 공간인 동시에 건물 자체가 부산 근현대사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건물 하나에 겹쳐 있는 부산의 시간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부산이 겪었던 근현대사의 변화가 겹쳐 보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지 경제와 관련된 기관이 있었고, 광복 이후에는 다른 목적으로 건물이 사용됐습니다. 이후 부산의 근현대사를 소개하는 공간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더 넓은 범위에서 부산의 역사를 살펴보는 역사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건물이 시대가 바뀔 때마다 역할을 달리한 것입니다. 저는 이런 오래된 건물을 볼 때마다 조금 묘한 생각이 듭니다. 건물은 같은 자리에 남아 있는데 그 안을 사용한 사람과 목적은 계속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건물의 벽이나 창문이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 공간을 거쳐 간 시대를 알고 나면 단순한 옛 건축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부산에서 오래 살아왔어도 이런 배경을 모르고 있을 때는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저도 부산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전에는 원도심의 오래된 건물들을 하나하나 역사와 연결해 생각해본 적이 많지 않았습니다. 알고 나서 다시 바라보니 오래됐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 건물이 지나온 역사를 알고 바라보는 것은 꽤 다른 일이었습니다.
특히 부산처럼 도시의 모습이 크게 변해온 곳에서는 오래된 건물 하나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 지역의 시간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역사관 밖으로 나가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을 이야기할 때 건물 내부만 살펴보기에는 조금 아쉽습니다. 역사관이 있는 중구 대청동과 주변 원도심 자체가 부산의 근현대사와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범위를 넓혀보면 광복동과 남포동, 국제시장, 보수동책방골목, 용두산공원 같은 장소들이 이어집니다. 부산항도 가까운 편입니다.
앞서 살펴본 부산항과 원도심의 역사를 떠올리면 이 지역에 부산의 근현대사와 관련된 장소가 많이 남아 있는 이유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개항 이후 항구를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했고, 일제강점기와 광복, 한국전쟁과 피란수도 시기를 거치면서 원도심의 역할과 모습도 계속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산근현대역사관을 하나의 전시시설만으로 보기보다 부산 원도심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바라보는 편이 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역사관에서 부산의 옛 모습을 살펴본 뒤 주변 거리를 함께 걸어보면 기록 속 장소와 지금의 도시를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오래된 건물과 골목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라진 것도 많고 새롭게 바뀐 공간도 많지만, 그 변화 역시 도시가 지나온 시간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건물을 남겨두는 의미
도시는 계속 변합니다. 오래된 건물은 관리가 필요하고 새로운 용도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건축물을 과거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오래된 건물을 남겨두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부산근현대역사관 같은 공간을 보면서 도시가 지나온 시간을 실제 장소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일제강점기’, ‘광복’, ‘한국전쟁’, ‘원도심의 변화’라는 말을 읽는 것과 그 시간을 지나온 건물이 남아 있는 장소를 살펴보는 것은 느낌이 다릅니다.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은 과거와 현재를 한 공간에서 연결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산근현대역사관도 이제 과거의 용도로 사용되는 건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건물이 지나온 복잡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에서 60년 넘게 살면서 도시가 계속 바뀌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새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이제 익숙합니다. 반대로 예전에 보았던 풍경이 어느 순간 사라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된 건물 하나가 남아 있는 모습이 전과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무조건 오래됐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건물이 어떤 시대를 지나왔고, 그 역사를 오늘날 어떻게 기억하고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궁금해하는 것 (FAQ)
Q1.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어디에 있나요?
부산광역시 중구 대청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부산 원도심에 자리하고 있어 광복동, 남포동, 용두산공원, 보수동책방골목 등 주변 장소들과 함께 살펴보기 좋습니다. 실제 관람을 계획한다면 운영시간과 휴관일은 방문 전에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2.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은 원래 어떤 건물이었나요?
1929년 일제강점기에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건물로 세워졌습니다. 광복 이후에는 여러 용도로 사용됐고 미국문화원으로 활용된 시기도 있었으며, 이후 부산의 근현대사를 살펴보는 역사문화공간으로 이어졌습니다.
Q3. 부산근현대역사관은 건물 자체도 볼 만한가요?
전시 내용뿐 아니라 건물이 지나온 과정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용도가 달라진 이력을 알고 보면 건물 자체도 부산 근현대사의 변화를 이해하는 자료가 됩니다.
건물의 이력과 부산의 역사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을 살펴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하나의 공간에 여러 시대의 흔적이 겹쳐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건물이 시대마다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 만큼 특정 시기의 모습만 보기보다 건물이 지나온 과정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부산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이 글의 역사적 내용은 부산광역시, 부산근현대역사관, 부산역사문화대전 등 공공기관의 공개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포함된 부분은 필자의 시각으로 작성했습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의 오래된 건물을 살펴봤다면 다음에는 부산 원도심의 관문 역할을 해온 공간으로 시선을 옮겨보려고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부산역 역사와 초량, 철도, 도시 변화」를 주제로 부산역과 철도가 부산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